나는 소장이다
오늘도 그 자리에 서 있는 당신에게.
1절
새벽 다섯 시 반, 알람 소리에 눈을 떠 출근카드 찍기도 전에 전화벨이 울려 "물이 샌다", "차를 빼라", "경비가 인사를 안 한다" 나는 소장이다, 오늘도 그 자리에 서 있다
2절
관리비 고지서 나가는 날은 전쟁이 시작되고 "이거 왜 이렇게 많이 나왔냐" 소리부터 지르는 사람 법을 몰라서 그런 거라고, 설명하고 또 설명해도 돌아오는 건 삿대질과 민원 게시판의 내 이름
후렴
나는 소장이다, 을(乙)도 아니고 갑(甲)도 아닌 그냥 이 아파트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방패 누구 편도 못 들고, 누구한테도 못 지고 그래도 나는 소장이다, 오늘도 버틴다
3절
층간소음 신고에 두 집 사이 끼어서 양쪽 다 내 편 아니라고 욕먹는 밤 택배가 없어졌다고, 주차장 CCTV 돌려보고 새벽 3시 화재경보에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가고
4절
어떤 날은 구급차 뒤에서 보호자 대신 서류 쓰고 어떤 날은 고독사한 집, 제일 먼저 문을 따고 아무도 축하 안 해주는 계약 연장의 날 아무도 안 물어보는, 내가 잘 잤는지
후렴 (반복, 조금 더 거칠게)
나는 소장이다, 욕받이도 되고 방패도 되고 민원 앞에 사람 아닌 것처럼 서 있을 때도 있어 그래도 나는 소장이다, 이 자리 지키는 사람 아무도 몰라줘도, 나는 여기 있다
브릿지
근데 있잖아, 가끔은 경비 아저씨가 건네는 믹스커피 한 잔 어느 할머니가 "소장님 덕분에" 하시던 그 말 한마디 그거 하나로 오늘 하루가, 견딜 만해지더라
마지막 절 (희망)
나는 소장이다,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매일 밤 다 못 끝낸 일들, 내일 또 하면 되니까 누군가는 알아줄 거야, 언젠간 알아줄 거야 그때까지 나는, 이 집을 지키는 사람이다
마지막 후렴
나는 소장이다, 흔들려도 무너지진 않아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, 그게 내가 버티는 이유 나는 소장이다 — 오늘도, 내일도 여기, 이 자리에 서 있다